우리 동네 칼라 땡땡이…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2008/04/24 04:18
며칠 전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 생겨, 안양 범계 역 쪽으로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보험회사와의 일이 매끄럽지 않은게 있어 따지기도 할겸 처리도 할겸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신호 대기로 차를 멈추고 있었는데 길건너 공원, 문득 눈에 들어 온 그 낯익은 땡땡이. 그 살가운 원색의 동그라미들. 설마... 카피인가? 모사품인가?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도 모른채 계속 머리 속에 땡땡이 땡땡이 땡땡이를 외우며 얼렁뚱땅 일을 마치고 공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쿠사마야요이(草間彌生)!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안양시에서 개최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 2007'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헬로, 안양 위드 러브(Hello Anyang with love)'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이나 가서, 미국이나 가서 록폰기힐즈 모리 센터에서, MoMA 미국현대미술관에서나 볼줄 알았던 쿠사마 야요이의 땡땡이를 우리 동네 공원에서 만난다는 것...신기하고 재미나고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땡땡이라 부르는 총천연색의 점들과 그물로 만들어내는 몽환의 세계. 그의 이름 뒤에 붙는 그러한 서술은 한번이라도 그의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괴팍', '섬찟', '정신 질환' 뭐 그런 종류의 단어들을 함께 떠올리기도 합니다.

경쾌한 색조와 작업 방식, 독특하다 못해 강렬함을 던져주는 외모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인상. 그의 자유분방한 삶은 그가 가진 또 다른 '인상'이기도 합니다. 1929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벌써 일흔. 일본 나가노(長野)현 출신의 쿠사마 야요이는 어려서부터 점과 동그라미를 주제로 한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합니다.

▲ 쿠사마 야요이의 20대 시절 작품. 점과 동그라미에 집착하고 있다. 작품 명 '마당'. 1952년
부유했지만 난봉꾼 소리를 듣던 아버지와 엄한 어머니 밑에서 억압적인 청소년기를 보낸 야요이는 그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 본 학교 미술선생님의 개인 지도를 받아 일본화를 공부하지만 하루 밤에 십여장의 그림을 그려내는 등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보여 줍니다. 그러다 교토시립미술공예학교 4학년에 편입, 졸업한 후 일본 화단에 데뷔하지만 1957년 미국으로 건너 가면서 잠시 잊혀지게 됩니다.

▲ 1967년. 반전 헤프닝으로 벌어진 쿠사마 야요이의 바디 페인팅
이후 그는 수많은 설치 미술 작업, 바디 페인팅, 패션쑈, 조각, 미디어 아트, 반전 헤프닝 등 마음 내키는대로의 예술적 활동을 보여주게 됩니다. 시와 소설도 발표하며 그리 녹녹치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하며 직접 출연도 겸한 [쿠사마의 자기 소멸(草間の自己消滅)] 이라는 자작 단편 영화는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한 그의 왕성한 예술 활동 속에 언제나 빛났던 것은 예의 그 땡땡이들. 쿠사마 야요이는 2000년과 2003년 조국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시회들로 그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 2000년. 일본 문화센터에서 열린 초청 개인전. '새천년의 강박'

▲ 2003년 도쿄 록폰기힐즈의 모리센터를 빛낸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 '쿠사매트릭스(KUSAMATRIX)'
비록 자신이 원한 타국 생활이긴 했지만 오랜 이국 생활 끝에 조국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는 강력한 충격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할,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이다 할 저 수많은 점과 동그라미로 인간의 감성과 계산된 호흡처럼 시선을 재배치시킨다는 것...그것은 그만이 가진 진정한 예술적 가치였습니다. 그저 신기하다, 보기 좋다의 차원을 넘어 수많은 상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미국과 유럽, 일본의 도시 곳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 홍콩 개인전 '호박의 영혼(Soul of Pumpkin)'. 2007년

▲ 피츠버그 개인전. 미국

▲ 마츠모토 미술관. 일본

▲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영국 런던

추신: 한참 작품을 들여다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으로 다가 오신 동네 어른 두 분이서 말씀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아, 글쎄... 뭐 다 큰 어른이 저길 매달려서 꽃 모가지가 똑 부러졌었잖여..." "정말?" "그렇다니까..." "지금 저거 깜쪽같이 붙여 놓은겨..." 으이그...
글쓴이 : 꾸브와제
출처 :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출처 :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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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것도대단하지만 붙여놓은것도 대단합니다! 역시 기술강국코리아!
조이형님. 제가 안양에서 본 것 같은...데...
매달린 사람 뉜지 알고 싶소...-0-
반갑습니다. 이규성님.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
그런데, 쿠사마 야요이.저 분. 포스가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야오이'로 봤습니다.;;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