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story


“야야, 니 어디 밥상머리에서 다리를 떨고 그라노! 니 계속 그라믄 복 나간데이.” 어렸을 적 이런 잔소리 한 번
안 들어본 사람 있을까. 다리를 떠는 사람을 보면 우린 자연스레 ‘마음이 불안한가?’라는 생각을 한다.
여자들이 ‘예비역들’에게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는 것처럼, ‘다리를 떠는 사람 +질겅질겅
껌을 씹는 사람’ 콤보는 그야말로 재수 없는 이미지로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일찍이 공공 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면서, 이런 개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진지한 연구를 했다. 그의 연구 중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것은
사회 속에서 인간이 하는 행동은 마치 연극배우의 연기와 같다는 것인데, 이런 고프만의 주장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다리를 떠는 것을 행여 어떤 선의의 의도 혹은 전략으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그만큼
다리를 떠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이런 소리가 있으면 ‘저런’ 소리도 있게 마련이다. 배우 이혜영의 경우 일상 속에서
자신의 다리를 날씬하도록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가 다리 떨기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사를 찾아보니
의학적으로도 다리 떨기는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다리에 난 검붉은색 혈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라면 귀가 솔깃한 정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복잡다단한 도시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이런 정보들을 다 챙기고 신경 쓰며 살까. 이런 정보를 설령 안다고 해도, 남과 같이 살아가는 게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게 도시인이 접하는 대부분의 운명이리라. 최근 나온 박카스 광고는
이런 도시인의 운명을 귀엽게 풍자하고 있다.

우리에겐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용이가 연출한 이 광고는 다리를 떠는
사람을 약간 새롭게 보자는 시선이 담겨 있다. 광고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자신의 직장에서 회의에 참가하던 중, 펜을 떨어뜨린다. 자신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 의견을 진지하게 듣던 사람들의 표정과는 다르게, 테이블 아래 풍경은 검은 스타킹, 흰색 무좀 양말,
섹시한 하이힐, 점잖은 구두의 유쾌한 합창이 흘러나온다. 남자는 펜을 주어 얼른 일어나야겠다는 마음보단
이 풍경이 주는 명랑함을 즐기려고 한다. 비발디의 사계와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다리 떨기는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이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의 소득은 ‘다리 떨기를 부정적으로 보지 맙시다.’가 아닌,
‘이 지루하고 틀에 박힌 세상 좀 달리 봅시다!’일 것이다. 이 광고가 인기를 크게 얻는다고 해도,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다리를 떠는 상대방과 얼른 헤어지고 싶어 하는 나, 면접을 보는 순간 습관적으로 나오는 자신의
다리 떨기를 고치려고 애쓰는 모습의 나로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분명함의 규율을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순간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약간의 자율성,
상상력이 주는 그 틈은 적어도 나라는 인간이 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확보로 이어진다.
광고 속 주인공인 배두한씨의 피로회복제는 바로 상상력이라는 카피를 보면서, 나는 이 거부할 수 없는
진부함에 희망 섞인 웃음을 지어본다.
상상력이라는 단어, 우리가 그토록 많이 보고 들었던 그 단어가 유난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금, 우린
정말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루를 지내면서 하늘을 쳐다보며 살아간다는 것조차도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하는 요즘, 상상력은 나에게
소박한 ‘시선의 방식’을 요구한다. 아울러 ‘오바스럽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선 제법 거북한 느낌으로 다가
오지만,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담긴 의미에 대해, 조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보자. 당신이
육체적 시도를 좋아한다면, 손으로 눈을 살짝 비빌 때 다가오는 약간의 혼란을 즐기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느끼는 피의 역상을 고통스럽게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상상력은 우리에게 어떻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시작하면 그것이 곧 상상력의 탄생이다. 상상하는 당신, ‘우왕 굳!’

글쓴이 : 김신식
출처 : 굿모닝 대디 굿나잇 마미
2008/05/13 12:44 2008/05/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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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3 jjcrowex 상상하는 당신, 우왕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