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story

뜬금없는 광고 이야기... 어렸을 때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슬로우 모션으로 치고 나가는 육상 선수를 배경으로 칼칼 혹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던 그 목소리.
그 말은 곧 ‘나이키 안 신으면 바보’라는 소리로 들려왔고, 1980년대 초반 기준,1천원이면 사 신던 학생 운동화가 일제히 만원 단위로 뛰어 오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잘 만든 광고 하나가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고나 할까요? 그보다는 조금 나중 일로, 그 신발 광고 못지 않은 광고가 등장했으니‘차게 해서 마시면 좋다’는 ‘청하’라는 술 광고였습니다.
예쁘장한 아가씨가 나와 온갖 깔끔을 다 떨던 그 광고. 차게 해서 마시면 더욱 좋다! 아니, 차게 해서 마시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그 광고는 우리나라 청주 시장, 나아가 주류 시장 전체의 소비 형태를 바꿔 놓을 만큼 파괴력을 자랑했었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이들이 청하라는 술이 완전히 다른 주조법의 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청하는 두말 할 나위 없는 '청주(淸酒)'입니다.
흔히 ‘백화수복’, ‘정종’이라 부르는, 댓병에 담겨진 바로 그 청주와 다를 바가 하나 없는 술입니다.지금도 상당 부분 그러하지만 1980년대 청하가, 청하의 그 광고가 탄생하기 이전의 청주는 언제나 ‘따끈한 정종’이었습니다. 커다란 댓병에서 풍겨 나오는 쿰쿰하면서도 아름다운 향기. 그 술은 따끈하게 뎁혀져 생선회, 등심구이, 굴비, 육포 같은 이름만으로도 고급스러운 안주들과 어울어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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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나 제사상에서 조심 조심 따라지는 술 역시 청주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귀족적이고, 조심스러운 술을 2홉들이 소주병보다 작은 술병에 담고,차게 해서 마시면 더욱 좋다, 아무거나 함께 먹어도 좋다 마구 흔들어댔으니시장이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한마디로 대히트였습니다.
소주를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여성과 젊은이들 사이로,제사상에서나 따라 올리던 그 술과 똑 같은 술, ‘노땅’들이 뎁혀서나 먹는 술과 매한가지 술이라 짐작조차 하지 못한 대중들 사이로 청하는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나중 사람들이 ‘맞아! 청하가 청주였었지!’라는 각성 아닌 각성을 했을 때는이미 청주의 시장 점유율이 몇 곱절 뛰어 오른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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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에게 다가 온 청주. 그 청주가 와인 붐에 이어 우리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사케(酒)’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저 외국 술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역설적으로, 오히려 낯설지 않아서일까요? 우리 생활 속속 들이 파고든 일본 음식과 문화의 영향력 때문이니,여성과 젊은 애주가들이 늘어나 부드러운 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서 그러하다느니 분석들이 많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사케바들을 바라 보며 이 또한, 맛과 향이라는 식탐 본연의 이유보다 냄비 끓듯 지나가는 유행의 한 자락인가 싶어 안타까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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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케(酒)’라는 말은 그냥 술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소주도 사케, 위스키도 사케, 맥주도 사케인 셈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술들을 사케라 부르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일본 술, ‘니혼슈(日本酒, 일본주)’라고도 불리는 사케는 술이라는 의미로 생긴 말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쌀로 빚어낸 맑은 술, 청주(淸酒)를 국한하고 있습니다. 청주와 정종의 경우를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일본식 이름 마사무네, 정종(正宗)은 청주의 한 브랜드일 뿐입니다.

일제 강점기, 부산에 일본 청주 마사무네(正宗)의 공장이 세워지고 보급되면서 ‘청주=정종’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 정종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리 유쾌한 내용이 아닙니다.
정종은 마사무네 칼이라고 하는, 일본 최고 명검을 만들어 낸 다테마사무네(伊達政宗) 가문의 국화주 기쿠마사무네(菊正宗)에서 유래했는데, 다테마사무네는 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의 후계자로어린 시절 천연두로 한쪽 눈을 잃었던 사무라이였습니다.
임진왜란을 기록한 <간양록>에 의하면 그는 ‘외눈의 장수로 가장 사악하고 음흉하다’라고 적혀 있으며 그의 조선인 학살은 곳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인을 가장 많이, 가장 잔혹하게 살해한 장수의 가문에서 만든 국화주와 그 이름에서 유래한 정종. 청주의 맛과 향만으로는 씻기지 않는 그 무엇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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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이 유래된 다테마사무네(伊達政宗) 가문의 국화주 기쿠마사무네(菊正宗)>

알코올 도수가 16도에서 17도 내외인 청주, 사케의 매력은 깨끗함과 다양함입니다.
오로지 쌀과 물로만 만들어지는 사케는 영어로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라 불리는데, 포도만으로 담궈지는 와인과 여러모로 비교가 됩니다. 수십, 수백 종류의 등급과 맛으로 분류되는 와인처럼 사케도 맛과 향, 제조 과정 등에 따라 수십개의 등급으로 나뉘어집니다. 사케를 만들 목적만으로, 별도 품종 개량된 쌀로 빚어지는 사케는 크게 쌀 누룩만으로 빚는 ‘준마이슈(純米酒)’와 양조 과정에서 조미 알코올을 첨가하는 ‘후츄슈(普通酒)’ 로 나뉘어지고,다시 그 재료가 되는 쌀의 정미 정도에 따라 다이긴조(大吟釀), 긴조(吟釀), 혼조조(本釀造)로 분류됩니다. 다이긴조는 쌀의 50%, 긴조는 40%, 혼조조는 30%를 깎아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들은 각각의 특성으로 묶여서 분류가 되는데,이를테면 ‘준마이-다이긴조’, ‘준마이-긴조’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수수나 다른 곡식을 첨가하거나, 첨가제를 넣고 안넣고에 따라서도 분류가 되며 사용되는 물에 따라서도 차이를 줍니다.
대략만 잡아도 12,000종류가 있다는 사케는 가격 역시 천차만별로 우리 돈 천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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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사케 잔과 호리병, 돗쿠리>
청하라는 술 광고 마케팅이, 근래의 사케 붐이 우리나라의 청주, 사케 마시는 문화를 많이 바꿔 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청주는 ‘따끈하게’ 데워 먹어야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손을 짚기 어려울만큼 뜨거운 잔에 데운 술을 따르고 태운 복어 꼬리를 띄워주는 히레사케는청주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을 막기도 합니다. 술 마시는데 정해진 법이나 규칙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청주, 사케는 섭씨 5도 내외로 차게 해서 마시는게 맛과 향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날, 별미로 데워서 먹는다해도 사람의 체온을 넘기지 않는게 좋습니다. 복어 꼬리를 태워서 넣는 히레사케는 사케를 즐기는 별스러운 방법일 뿐입니다. 오히려 질이나 향이 떨어지는 사케를 마실 때 그런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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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를 마시는 일이 잦아지면서 좋은 안주를 궁금해 하는데, 이 역시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기름진 안주를 먹을 때는 니혼슈도가 높은 드라이한 사케가 어울리고, 담백한 안주를 먹을 때는 반대의 단 사케가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한다면 육류보다는 일본 생선회의 왕자 참치회, 시샤모(シシャモ)라 불리는 열빙어,일본 북부 홋카이도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호케(ホッケ), 임연수어 구이를 권합니다.
일본 술, 사케의 원류를 추적하다보면 이 역시 한반도에서 그 원초 기술이 건너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전, 일본에는 찐 쌀을 어린 여자아이들이 꼭꼭 씹은 것을 말려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곡식을 이용해 술을 빚는 백제의 양조 기술이 전해지면서 폭 넓게 발전해 나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지금에 와서 늬네가 자랑하는 사케가 우리 조상들이 가르켜 준것이다 용용거릴 사람이야 없겠지만 ‘하루에 한 종류씩만 먹어봐도 세상의 모든 사케를 먹을 수 없다’는 일본 속담처럼 다양하고 폭넓게 발전해 나간 그들의 문화적 단면은 부럽다 소리를 아니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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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라벨>

와인처럼 사케의 라벨을 들여다 보면 도움이 됩니.
가게에서 사케를 살 때는 병의 라벨을 보면 되고, 식당이나 술집의 경우는 메뉴판에 라벨을 붙여 놓은 집이 있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순마이슈(純米酒)인지, 후츄슈(普通酒)인지를 살펴 봅니다.
순마이슈는 쌀 누룩만으로 빚은 것인데 알코올을 추가한 후츄슈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많습니다. 술다운 맛을 찾는다면 후츄슈도 권할만 합니다.

두번째. 다음은 정미(精米), 쌀을 얼마나 도정했는지를 표시해 뒀는데, 50% 이상이라면 고급 술인 다이긴조(大吟釀)에 속합니다.  정미율 50% 내외의 술은 맛과 향이 깊어 후회하지 않습니다.

세번째. 사케를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라벨의 ‘니혼슈도(日本酒度)’를 확인하는 것. 거의 대부분의 사케에 니혼슈도가 표기되어 있는데, 와인 식으로 이야기해서 스위트함과 드라이함을 숫자로 표시한 것입니다. ‘+’, ‘-’ 로 표시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쌉쌀한 맛, ‘+’수치가 낮거나 ‘?’ 이면 단맛이 납니다. +4,+5 내외가 대중적인 맛으로 평가됩니다.
별도로 드라이한 맛을 ‘가라구치(辛口)’, 단맛을 ‘아마구치(甘口)’로도 표기합니다.

글쓴이 : 꾸브와제
출처 :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2008/11/05 17:53 2008/11/05 17:53